
언어는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서, 인간관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말의 품위와 온도에 따라 관계가 더욱 밀접해질 수도 있고 인생의 방향을 갑자기 틀어버릴 수도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에서 말의 선택은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말의 유형에 따라 언제든지 관계의 방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 예가 바로 ‘피곤한 말’과 ‘품위 있는 말’이다.
피곤한 말은 그 자체로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러한 말은 보통 불평, 비난, 개선의 여지 없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신만의 불만,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말 등이다. 이러한 말은 듣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므로 스트레스가 되며, 결국 감정적으로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말은 관계가 소모적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만든다. 따라서 처음에는 관심을 두는 듯 듣다가도 점점 피곤함이 몰려오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멀리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왜 종종 피곤한 말을 늘어놓는 걸까.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불평이나 비난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대방과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품위 있는 말은 사람 사이의 신뢰와 존중을 쌓아간다. 품위 있는 말은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고,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와 따뜻함을 지닌 말로 이런 말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를 더욱 가까워지게 하며 상호 신뢰감까지 돈독해지도록 이끌어 간다.
사람들은 보통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를 쉽게 여기고 무심코 피곤한 말을 늘어놓는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힘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므로 그만큼 말은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피곤한 말을 자주 하게 되면 관계는 그만큼 더 쉽게 피곤해지고, 감정의 골도 더쉽게 깊어지게 된다. 반면 품위 있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를 유지하고 보다 깊은 이해와 연결을 만들어 간다.
말의 중요성을 우리는 성경에 나타난 달란트 비유를 통해서도 잘 엿볼 수 있다. 한 달란트를 받았던 종이 주인에게 했던 말을 짚어보자. 그의 말은 시작부터 주인에게 불평과 불만을 서슴없이 쏟아놓는다. "주인님, 당신은 굳은 사람이라 심지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을 내가 알았으므로 저는 두려워서 그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었습니다. 이제 주인님께 돌려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종이 주인을 잘 알고 있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그가 주인을 향해 대뜸 하는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종은 주인을 부당한 사람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보통 우리가 아무리 친한 관계라고 해도 이런 식의 말은 건네기 어렵다. 주인을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고서야 멀리에서 돌아온 주인을 향해 첫 마디가 이렇게 큰 비난일 수 있을까.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이러한 태도가 주인 탓이라고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이 부당하므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것이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될 것이다. 모든 세상의 중심에 자기 자신만 있는 사람의 표현이다. 얼마나 양심과 배려가 없는 말이며 얼마나 피곤한 말인가.
결국 이 같은 책임 회피와 불평 섞인 말, 배려심이 전혀 없는 말을 듣고 주인은 바로 그와의 모든 관계를 단숨에 끊어내고 만다. 배려와 양심이 사라진 말에서 관계성은 존재의 의미를 잃기 때문이다. 주인이 매우 화를 내며 종의 태도를 질책하는 원인이 된다. 주인을 부당한 사람으로 몰아세웠으니 당연히 주인도 그에게 "악하고 게으른 종아!"라고 전혀 사랑와 배려가 없는 말로 그를 대한다. 또한 그의 불평에 대한 댓가로 그에게 주었던 달라트를 뺏고 다섯 달란트 가진 자에게 건네준다. 신뢰를 깨고, 기회를 잃게 만드는 부적절한 말, 피곤한 말의 최후가 아닌가.
반면, 주인은 결과 보고를 선하게 이끈 다른 두 종에게 이렇게 말한다.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실했으니, 내가 많은 일을 맡기겠다. 주인의 기쁨에 참여하라!" 주인은 사실은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인은 종에게 긍정적인 피드백과 기회를 주고 그들의 노력과 충실함을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평과 남탓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일까.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주인은 그들의 업적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멀리서 돌아온 주인은 단지 그들에게 몇 마디 말을 들었을 뿐이다.
자신들이 내뱉은 말 한 마디의 결과에 따라 주인에게 칭찬을 받아 더 많은 달란트를 갖게 되기도 했고, 있는 것 마저 빼앗기고 쫓겨나기도 했다. 이렇듯 말 한 마디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성경에 ‘마음에 가득한 것이 입 밖으로 나온다.’는 표현도 있다. 사람마다 가슴 깊이 꼭꼭 숨겨뒀다고 생각하는 속 마음은 무의식 중에 입으로 쉽게 줄줄 새어나오게 되어 있음이다. 그러므로 말 한 마디라는 것은 곧 마음가짐이 아닐 수 없다. 피곤한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으로 가득할지 그의 말을 들어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지 우리의 입에서 나간 긍정적인 말은 우리에게 더 큰 자신감과 능력을 끌어올려 준다. 뿐만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 더 큰 책임을 맡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되게 해주고 상대방에게 감동도 주어 관계 속에서 인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상호 신뢰를 쌓아, 보다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말 한 마디는 인간관계에서 삶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감동적인 말과 긍정적인 피드백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여며주고 따뜻함을 전달해 새로운 기회와 성장을 가져다 주지만, 불평과 책임 회피로 가득한 말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만다. 새로운 기회와 성장은 불평과 불만을 쏟아놓는 사람에게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말로써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관계는 더 튼튼해지고 건강해 진다.
매일 주고받는 수많은 말 중에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마음을 움직여 관계를 아름답게 형성해 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할까. 관계를 깊게 만들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동적인 말은 얼마나 했을까. 한 마디 말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일진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며 살아왔을까. 얼마나 상대방에게 품위있는 따뜻한 말을 건넸을까. 우리의 관계는 더 깊어졌을까. 가진 것마저 빼앗기지는 않았을까. 지금 우리의 인간관계는 건강할까.
사람을 지치게 만들거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말, 그 말 한 마디는 결국 관계의 시작이자 끝을 의미한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열쇠, 당신의 말에 달려있음이다. 오늘을 점검해 보자. 상대방을 비난하지는 않았는지, 칭찬에는 왜 인색했는지. 불평이 자꾸 새어나오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를 몰래 말에 녹여내지는 않았는지.














